와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주최하기는 처음이다. 물론 참석도 처음이다. 와인은 이래저래 접해 보기는 했지만 단지 마실 기회가 있어서, 건강에
좋다는 얘기에 일부러 사서 마셔도 보았지만 결코 뭔가를 알고 마시는 건 아니다.
9월 8일 (목 18:30) 봉헤찌로에 위치한 한 단체의 사무실을 빌려 첫 모임을
열었다. 단지 김홍섭 강사에게 필요한 탁자와 의자 그리고 TV가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다른 이유 없는 이 공간을 접하게 되었다.
대략 십여일 간 광고를 통해 신청자를 받았다. 체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초대한다는 의미를 살려 무료로 진행하기로 했다. 5- 7명이 적절한 인원 가운데 신청의 제한을
두었다. 우선 강사 소개를 간단히
한다면 김홍섭 강사는 ADEGA라는 와인 전문 잡지에 칼럼리스트로 활약을 하고 있으며 평론가 내지 감정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브라질 사회에서도 인정 받고 있는 전문가 답게 다양한 주류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겸하고 있다. 그런 강사를 모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와인 마니아들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강사가 옆에 있으니 한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끓었다. 좋게 말해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해두자.
술과 와인의 차이를 두고 굳이 개념을 찾게 된 필자는 그 차이를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나름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필자가 생각한 술은 일반적으로 소주, 맥주, 위스키, 막걸리, 까샤싸 등 그리고 와인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술이면 다 술이지
무슨 구분을 짓겠는가… 필자가 생각한 수준은 그 정도였다. 그렇다면
와인은 왜 별도로 구분을 짖게 되었을까. 구분을 짓게 된 첫 느낌은 바로 ‘조심성 있는 자세’를 본인 스스로가 느껴 보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모두가 동감하지 않을까 싶다. 이날 참석한 참석자들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체험의 시간을 통해 와인이 주는 문화와의 관계를 소개하고 싶었다. 결코 돈있는 자들이 마시는 술로, 거드름 피우는 방법의 하나로, 속물들의 음료로, 신분의 차이로 느끼는 거부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
이번 체험을 통해 필자가 얻고자 하는 내용이 어느정도 정리가 된 듯 했다. 김홍섭
강사의 모든 시간을 마친 후 참가자들 각자가 느낀 바를 발표 했다. 그 가운데서 필자가 필요했던 단어들을
모아 정의를 내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내용은 모두 체험자들의 요약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김홍섭 강사는 첫 강의에서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느끼는 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국경이 있듯이 혀의 맛과 맛 영역 사이에 위의 맛을 혼합한 달짝찌근한 맛과 씁쓰름한 맛, 떫은 맛 등의 다양하면서도 미묘한 맛의 표현을 적절하게 설명해 나갔다. 우리는
그동안 접해본 수 많은 맛의 기억을 끌어내 와인 한병에 숙성된 수십가지의 맛을 표현해 나가는 것으로 체험을 시작했다. 4병의 다양한 와인을 한잔씩 시음하고 3가지의 치즈를 하나씩 맛을
본 후 그 맛의 변화를 체험해 본다. 이날의 와인 체험은 그저 와인의 맛을 구분한다기 보다는 다양한
식사에 맛의 조화를 이루듯 와인을 통해 다양한 관계와 이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맛과 사람의 관계 그것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와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명언을 만들어 냈다. 또한 그리스, 블란서를 지배적으로 유럽 그리고 이집트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붉은 음식 문화 정착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붉은
주류의 산업 전쟁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가고 있다.
사람들이 와인에 집착한다고 얘기한다면 아마도 우리 동양인들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집착이라는 표현이 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 더한 파괴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이상 집착이라고 말해 두어야
맞을 듯 싶다.
우선 유럽의 식 문화를 변화 시킨 주범을 찾으라면 필자는 와인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떤 음식과도 뗄수 없으며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궁합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고기류, 생선류, 면종류를
통틀어 딱 들어맞는 주류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만큼 찾는 이들이 많고 소비가 많은 와인은
단연 식생활에서 뗄수가 없는 빨간 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신은 포도를 내었고 인간은 포도를 썩혔다.’ 이말이 명언이 되었으면 한다. 멋지지 않은가. 신이 만든 음료라고 까지 하는 와인은 그만한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 냈다.
와인은 인격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관계에 레벨을 정해 주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이 대하는 인격을 갖추게 도와 주며 경우와 매너를 지키게 해주는 신분도 정해 주었다.
숙성이라는 오랜 시간과 자연을 통해 얻은 과정 속에 값어치를 올려주는 귀한 존재로도 자리 잡았다. 그 존재에 따라 식당의 이름값을 올려주는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그점을 들자면 굳이 우리 한인 식당에 와인을 올리지 못할 이유도 없다. 격이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기전에 격이 맞는 분위기와 운영을 바꾸는 것도 방법 아닐까.
음식을 나누는 가운데 좋은 관계가 이뤄지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를 하고자 할 때 식사를 약속한다. 그 자리에서 분위기를 높이고자 술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좋은 자리에 요즘은 와인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격을 높이고 서로가 대우 받기 위함이다.
음식과의 궁합을 통해 입맛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도 삶의 즐거움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쉬운 말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이유가 무엇인가. 만족하기 위함이다.
와인의 오해와 진실
와인을 술이라는 주류로만 구분을 짓는 것은 약간의 오해가 있다고 이날 모인 체험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모든 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끄럽게 만들고 무분별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며 방황을 반복하게
만든다. 즐겁게 마시기 보다는 실수를 더 유발하는 것이 술이 아닌가 싶다. 와인도 도를 지나치면 이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와인을 소주처럼 혹은 맥주처럼 마시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대부분
와인을 접하는 장소나 모임의 특성을 보면 점잖은 신사 숙녀들이 자신의 품위를 높이는 모습이나 한편으로는 도도한,
한편으로는 위선적인 모습의 가장속에 자신의 매너를 드러내며 마시는 것이 와인이지 않나 싶다. 술이든
와인이든 배우기 나름이다. 와인 체험과 같이 와인의 도를 배운다면 결코 취하지 않을 듯 하다.
와인을 접하게 되면서 자세도 바뀌게 되었다는 한 참가자는 예비군 옷을 입을 때와 양복을 입었을 때와의 태도가
다르듯 와인도 그러한 자세를 보이게 해준다는 경험을 들려주었다.
또 한 참가자는 모든 술을 즐겼지만 와인을 접하고부터는 절제와 분위기에 매료되어 과음을 줄이게 되었으며 맛의
깊음도 음미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소주를 마시면서 맛을 음미하고 절제를 통해 한잔만 할 수 있겠는가.
입맛은 각자가 느끼는 바가 다르다. 이날의 와인 맛이 이렇다 저렇다
제대로 전달할 자신도 없거니와 4가지의 와인을 섞어서 결국 자리를 뜬 다음엔 맛에 대한 기억도 남지
않았다.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체험은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시고 배우는 가운데 취하지 않도록
자제한다는 것과 맛을 음미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눈다는 것에 유익했고 즐거웠다는 것이다. 다음 체험
시간 때는 더 많은 이들이 직접 느껴보고 필자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즐거운 교제의 시간이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해박한 지식속에 각종 술의 기원과 종류를 구분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재미나게
전달한 와인 전문 감정사 김홍섭 강사의 입담에 취해버렸다는 것.
취하고 싶다면 술을 마셔라. 그러나 교제하기 원한다면 와인 한잔을
권한다. / 탑뉴스
체험 참석자 (무순 호칭생략): 이창만, 박대근, 김태경, 홍은표, 김나래
전자신문 : 프롬티비, 투캡,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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