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는 않지만 왠지 끌리는 느낌이랄까. 뻔한 이야기 같지만 또 다른 궁금증을 끌어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았다. 봉헤찌로
내에 소재한 이곳을 몇 차례 방문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내 같은 느낌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 공간에 들어서자 왠지 벅차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제일 먼저 전면 거울이 압도적이었으며 벽마다 방음 장치를 한 모습 그리고 다양한 악기들과 전문 스튜디오 장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음악 학원인줄 알았다. 이
공간은 정철주(Tony)씨의 개인 사무실이다. 악기 연습을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하나씩 갖춰 나가다 보니 훌륭한 음악실이 되었다. 오래 전 교회에서 악기 팀으로
활동하던 교인들과 음악을 좋아하는 몇몇 지인들이 일주일에 한번, 화요 정기 모임을 가지고 연습을 이뤄
나가고 있다.
음악 전공자의 지도하에 날마다 늘어나는 실력이 이제는 처음 보는
악보도 술술 읽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곡목도 다양하다. 색소폰
세 대와 클라리넷 두 대의 화음이 정말 듣기 좋았다. 매주 평균 3곡을
가지고 연습한다고 한다. 정석으로 연습을 할 경우는 1곡에서 2곡 정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연습을 해 와야 하지만 모두가 바쁘게
생활하면서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공통적인 입장이다.
이들이 모인지도 10년이
넘었다. 중간에 여러 사정상 멤버가 빠진 적도 있었다. 그래도
남은 멤버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전 멤버도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등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계속 이어 갔던 것은 자신들도 감당 할 수 없는 음악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한다.
홍관면씨는 처음 악기를 접할 당시를 소개했다. 처음에는 클라리넷으로 시작 했는데 클라리넷의 악보는 보편적으로 곡의 선곡에 어려움이 있어 지금의 색소폰으로
바꾸게 되었다.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 왠지 모를 평안함을 느끼며 음악을 접하는 자신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며 웃음 지었다. 나이가 들어 취미 생활을 가진다는 것이 삶에 활력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 이후
음악 활동은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 새로이 누군가를 만나 모임을 만든다는 것도
쉬운 게 아닌데 자연스럽게 마음을 맞춰 일주일에 한번 모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비록 한
시간 반의 정해진 시간을 연습하지만 잡담의 시간을 낼 틈도 주지 않는다. 악기를 가방에서 꺼내자마자
손가락을 풀며 바로 악보에 집중하는 모습들에 사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 악기를 다룬
다는 게 왠지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 작은 용기를 통해 그 이상의 만족을 얻는 것에 그저 좋다고 한다. 지금껏
연습만 해왔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9월 16일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그것도 초청으로 이뤄진 공연이었다. 이렇게 소개를 하면 엄청 큰 무대에 선 것 같이 소개되기도 하지만 사실 마음 졸이며 긴장한 훌륭한 무대임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첫 무대는 연합교회에서 금요일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공부하는 ‘어훈당’의 모임이다. 자그마치 102명의 어른들 앞에서 45분간 연주를 해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고 앵콜 곡도 선보였다. 모두가 쑥스럽게
이야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큰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자리라고 모두가 공감한다. 어른들 앞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서 정말 보람되었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힐링이 된 시간이었다고 기뻐했다.
이 모임에 연습을 지도하는 이신애씨는 현재 활동중인 피아니스트이다. 전공은 피아노이지만 클라리넷을 취미 삼아 불고 있다. 파트 연습을 시키는 방법도 재미 있게 지도하지만 무엇보다 틀린 부분을 지적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느낌으로 전달해 주눅들지
않고 바로 습득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위 연배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대부분 소리부터 지르지 않는가. ㅎㅎㅎ 요즘은 바쁜 관계로 참여가
뜸하지만 스승이란 두 분이 지도를 했었다고 한다. 현재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제창, 강미현 부부는 이 모임의 초창기 리더다. 가끔 김제창 선생이 지도할
때면 다들 긴장을 바짝 해야 한다며 웃는다. 그러나 그때가 진도가 가장 빠른 날이라고 한다. 현재의 멤버로는 김제창, 강미현 선생과 이신애, 김은희, 송성철, 홍관면, 정철주 멤버가 모인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참석 여부는 자유다. 이들의 모임 소식을 듣고 요즘은 많은 음악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게스트 한 분이 참여해 멋진 연주를 함께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곳
화요 모임 외에도 청소년들이 가지는 모임도 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일마다 한 팀씩 뭔가가
이뤄지는 것에 정철주씨는 감사해 하고 있다.
김은희 씨는 일주일에 한번 모임이지만 결코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남편이 이해해주기에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바쁜 하루 일과를 지내고 비록 한 시간 반 동안의 연주지만 그 시간을 통해 피로도 풀고 스트레스를 날리는 기분은
모두가 느끼는 부분이다.
작년 12월, 멤버들은 자신의 가족들을 초대해 이 자리에서 작은 공연도 열었다. 모든
식구들이 모인 가운데 그 동안 연습한 곡들을 소개하며 연습시간을 허락해준 가족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이번 탐방을 하고 나서 보니, 개인적으로
악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으며 한 두 가지의 음악적 재능을 보유한 한인들이 많다는 것을 떠 올렸다. 아마도
모두가 방에서만 연습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몇 년 전 데니정 색소폰 연주가 브라질 공연을 이룬 후
많은 남성들이 색소폰에 빠져 여기저기서 밤이면 ‘삐삑’ 거리던
기억이 난다. 또한 많은 인원이 모여 함께 연습을 해온 것도 기억이 난다. 이번 탐방 팀은 이름도 없단다. 그다지 이름이 있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말 악기를 부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순수성이
먼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을 둔 가운데 거창한 조직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그런데 그 모임은 금방 식어 버려 모임도 사라지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봐 왔다.
이름도 없이 10년을 넘게 악기를 불며 연주하며 기뻐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전 시켜온 이
모임이 한편 부러워졌다.
삶이 다 그렇지 않은가. 취미
생활 하나가 활력을 주고 그 힘을 통해 감성이 살아난다면 사람의 마음도 따뜻해 진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는가. 이번
탐방 주인공들의 연주가 오래 오래 지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한가지, 뭐라 소개를 해야 할지 모를 화요 모임 팀에게 이제는 이름 하나는 있어도 되지 않나 싶다. 혹시 어느 행사에서 초청 연주가 들어온다면 화요 모임 팀이라고 소개하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 / 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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